제주도의 남쪽해안에 대한민국 최남단섬 마라도가 있다.
모슬포에서 남쪽으로 약 11Km가 더 떨어진 고구마 모양의 마라도는 바람이 거센 섬이라 그런지 30년이 더 된 소나무의 키도 어린아이처럼 작고, 이렇다할 큰 꽃들도 찾아보기 힘든 곳이다. 가파도의 2-3분의 1정도 밖에 안되는 크기의 척박한 섬이지만,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 제주도에 오면 꼭 한번은 들러야한다는 마라도에는 마라도만의 낭만과 운치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많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마라도의 등대이다. 1915년도에 설치된 태양열을 이용한 등대는 드넓은 잔디와 넘실대는 바다와 어우러져 한폭의 풍경화를 연출해내며, 등대외에도 동화 속에 들어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초콜릿 박물관 또한 매력적인 볼거리이다. 그리고, 하늘의 신(天神)이 땅에 살고 있는 신(地神)이 만나는 길목이라 불리는 장군바위도 마라도를 찾는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마라도에 가면 꼭 들려서 가장 먼저 사진에 담아야 하는 그 것은 바로 마라도에서 가장 유명한 '국토 최남단비'이다. 이 곳에서 기념촬영을 해야만 '마라도'를 방문했다는 것을 인정해준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이니 잊지말고 꼭 사진에 담아보길 바란다.

마라도에 가면 옛 티비 광고 '짜장면 시키신 분~'덕분인지, 유난히 짜장면집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 가장 먼저 자리잡은 "마라도 원조 짜장면집"은 인기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촬영이 다녀간 뒤 다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유명 맛집답게 가게 벽면은 물론 천정까지 유명인들의 sign paper로 가득하다. 최근에는 서로 원조짜장면 가게라고 우기는 다른 업체들도 우후죽순 늘어나 10여개의 짜장면가게들이 서로 손님을 유치하려 호객행위를 하고 있으니 주의를 요망한다.

마라도에 들어가려면 모슬포항에서 삼영호를 타고가는 방법과, 송악산 선착장에서 유양해상관광이 운영하는 송악1,2호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다.
 

지금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지 않는 마라도는 먼옛날 마라도는 금단의 땅이었다. 섬 주변에는 각종 어류며 해산물들이 풍부했지만, 그것들을 잡으면 바다의 신이 노해서 거친 바람과 흉작 등으로 화를 입힌다고 여겨 사람들이 접근을 꺼려했던 것이다. 금단의 땅에서 천혜의 땅이 된데에는 애기업개의 슬픈 희생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 이야기를 들어보자.
수백 년 전, 그 섬 어디에도 사람이 살지 않았던 시절, 모슬포에 살고 있는 이씨 부인은 어느 날 물을 길러 가다가 어린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게 된다. 울음소리를 따라 가보니 태어난 지 3개월도 안된 여자아이가 숲 속에서 혼자 울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여자 아이의 부모를 찾아주려 이곳 저곳을 수소문해 보았지만 결국 찾을 수 없게 되자, 이씨 부인은 결국 그 아이를 자신의 딸로 삼아 기르게 되었는데, 세월이 흘러 이씨 부인에게 태기가 있어 첫아이를 낳았고, 숲에서 데리고 온 여자아이는 자연스럽게 아기를 봐주는 애기업개가 되었다.
금섬이었던 마라도는 매년 봄, 망종으로부터 보름 동안만 마라도에 건너가는 것이 허가되어 있었다, 그래서 유난히 날씨가 좋아 바다는 잔잔하던 어느 봄 날, 모슬포 잠수들은 배를 타고 마라도로 건너가 물질을 시작했고, 소라, 전복 등이 무척 많이 잡혔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이레가 지나고 마라도로 오면서 가지고 온 양식도 다 떨어지게 되어 해녀들은 이 섬을 떠날 채비를 하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섬을 떠나려 하면 갑자기 바람이 불면서 잔잔했던 바다가 거칠어지고, 떠날 것을 포기하고 배를 묶어 놓으면 잔잔해지는 것이었다. 틀림없이 바다신이 노한거라 생각한 해녀들은 이제 살아서 돌아가기는 틀리게 됐다고 낙담하고 있었는데, 다음날 아침, 가장 나이 많은 해녀가 어젯밤 꿈 누군가가 나타나서 애기업개를 두고 가면 살아 돌아갈 수 있고 그렇지 않고 데리고 가면 모두 물에 빠져 죽을거라고 말을 하는 꿈을 꾸었다고 하자, 또 다른 해녀도 똑같은 꿈을 꾸었다고 하는게 아닌가!
해녀들은 할 수 없이 애기업개를 희생시키기로 하여, 애기업개에게 "아기 기저귀 널어놓은 것을 잊어버리고 안 걷어 왔구나. 저 바위 위에 있는 빨래 기저귀 좀 가서 걷어 오너라." 라고 말한뒤 애기업개가 기저귀를 가지러 간 사이에 몰래 배를 타고 마라도를 빠져나갔다. 뒤늦게 눈치를 챈 애기업개는 목이 터져라 울부짖었지만, 정말 이상하게도 애기업개를 두고 나오자 바다는 더 이상 거칠어지지 않아 다른 해녀들은 제주본섬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뒤 3년이 넘는 시간동안 사람들은 무서워서 마라도 쪽으로는 가지도 못했었는데, 한참이 지나 마라도에 들어간 사람들은 모슬포와 가파도가 가장 잘 바라다 보이는 그 자리에서 사람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모슬포 쪽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가 외로움과 굶주림에 지쳐서 죽은 애기업개의 뼈를 발견하였다고 한다. 사람들은 애기업개의 뼈를 그 자리에 곱게 묻어 장례를 치러 주었고, 그 자리에 애기업개를 위한 당을 만들어 매달 7일과 17일, 27일에 제를 지내 해상의 안전을 기원하였다고 한다.
그 이후로는 사람들이 바다에서 죽는 일이 드물어졌다고 하니, 이 얼마나 슬픈 이야기가 아닌가.
 

해안을 따라 도는데 1시간 반정도가 소요되는 그리 크지않은 섬 마라도에는 위에서 설명한대로 오밀조밀 구경거리가 많은 곳이다. 그러나 마라도에 대해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 한가지가 있는데, 바로 마라도에는 개구리와 뱀이 없다는 것이다.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고향을 떠나와 마라도에 정착한 이주민 중 한 사람이 환한 달밤에 퉁소를 부는데, 그 소리를 듣고 수많은 뱀들이 몰려 왔고, 놀란 이주민은 그 뱀들을 제거하기 위하여 숲에 불을 질렀는데 그 불이 무려 석달 열흘동안이나 꺼지지않았다고 한다. 이 때 뱀들은 꼬리를 물고 바다를 헤엄쳐 섬에서 도망쳤고, 그래서 마라도에는 뱀과 개구리가 없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기록된 자료가 남아있는게 있는데,
마라도는 먼 옛날부터 개척 이전까지 "금(禁)섬"이라 해서 함부로 들어가 볼 수 없는 곳이었다. 그 뿐아니라, 울창한 원시림이 섬 전체를 뒤덮고 있고, 주변지역의 파도가 높고 기후의 변화가 심하여 당시 교통수단으로는 접근이 어려워 제주 사람들은 마라도를 경외시하고 신비의 섬으로 여기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간혹 날씨가 풀려 해상위험도가 적을때는 배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마라도에 상륙하여 나무를 베어가고 해산물도 채취했었다고 한다. 마라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조선초~중엽이후부터로 기록되어 있고, 사람들이 살기 시작할때는 제주 특유의 나무절구인 <남방애>를 만들 수 있는 아름드리 나무가 울창하였으나 제주 대정쪽에 살던 몇몇사람들이 고을 수령의 허락하에 개간을 하기 시작 하면서, 이주민들이 농경에 필요한 경작지를 마련하고자 이 나무숲을 모두 태워 없애고 탄자리를 농지로 바꾸어 살아 나갔다고 한다. 그 때 지른 불이 100일동안 꺼지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고 하는걸 보니, 아마도 위에서 언급한 이야기는 그때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