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서부의 대정읍 안성리에는 추사적거지, 대정성과 더불어 선조들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소중한 마을 유산인 “수월이못”이 있다. '수월이물'이라고도 불리는 이 못은 옛날 마을 사람들이 직접 파놓은 못으로 옛 제주 사람들의 애환이 그대로 묻어 있다고 한다.
옛날, 이 못 자리에는 수월이라고 부르는 한 기생이 살고 있었는데, 이 기생은 민의를 모르고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는 관원의 등에 업고 사람들을 죄없이 못살게 굴었다. 그 횡포가 하도 심하여 마을 사람들의 분노는 그칠 줄 몰랐는데, 이 때문에 그녀가 죽은 후 그녀가 살던 자리인 이 자리에 땅을 파버렸다는 것이다. 그 후, 이 수월이못은 과거 식수처로도 이용되었고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엿다. 백로, 청둥오리들이 날아들고 각종 물새들이 수월이못을 보금자리 삼아 알을 낳고 서식할 정도로 먹이가 끊이지 않는 등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잘 보전되었었는데,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생태계의 포식자 황소개구리의 출현으로 이곳의 생태계는 급속도로 파괴되어 잉어, 붕어, 미꾸라지가 몇 년 새 자취를 감추고 개구리를 잡아먹는 뱀조차 황소개구리에게 잡혀 먹히게 되면서 먹이사슬이 파괴되기도 했다.
그러나 다슬기와 곤충류들이 아직도 이곳에서 서식하고 있어 여름과 겨울이면 수십 마리의 백로와 작은 물새들이 이곳에서 먹이를 찾고 목을 축이고 가는 곳으로, 주위의 팽나무로 인해 운치 또한 좋은 곳이다.
이 못 주변에 <독거미>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이 집을 짓고 살았던 까닭에 <독거미집터>라는 독특한 지명이 생기게 되었다고 하는데~ 과거 민의를 모르고 권력을 휘두른 관원과 그 관원을 등에 업은 기생에게서 괴롭힘을 당한 마을 선조들의 애환이 서린 곳인 수월이못! 현재는 이 못 상류에는 두 개의 큰 웅덩이를 만들어서 양어장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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