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에서 성산일출봉이 있는 성산포쪽으로 4-50분 가량을 달리면 촌이라고 하기에는 도로가 비교적 잘 포장되어 있는 마을이 있다. 이곳이 바로 옛 북제주군 구좌읍이다. (지금은 제주시로 통합되었다.) 이 곳 구좌읍 덕천리에 가면 "상구빌레"라는 반석이 있는데, 옛날 이 마을 김씨댁에 상구라는 머슴이 있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원래 상구의 고향은 육지였지만 온데 갈데도 없는 고아라 인심이 좋은 김씨댁이 상구를 머슴으로 받아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 상구가 산에 올라가 나무를 베다가 떨어지는 통나무에 깔려 죽게 되었고, 주인집에서는 불쌍하게 죽은 상구를 이 "빌레"(磐石) 옆에 곱게 묻어주었다. 가족이나 친척 하나없는 고아인 상구를 위해 "불쌍한 상구야 어쩔 수 없구나! 너를 위해서 제사 명절때마다 잡식이나마 대접하도록 하마" 라고 말했다.
그 후 비가 오려고만 하면 상구 무덤에서는 도끼로 나무 찍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마을 사람들은 더욱 정성들여 잡식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은 상구의 무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으나, 반석만은 여전히 남아 있다. 사람들은 이 반석을 "상구빌레"라 부르며 "상구놈도 잘 먹고 가거라"고 말을 하며 잡식을 하는 풍속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