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부와 놀부 이야기처럼 우리 주변에는 가난하지만 마음이 고와 복을 받는 이야기가 많이 있다.
제주도 표선면 가시리에도 흥부와 놀부 이야기 못지않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옛날 '가시오름'(표선면 가시리 소재) 부근에 강당장(康當長)이라는 큰 부자가 살고 있었는데, 밭을 밞으면 십중 팔구 그의 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정로 많은 땅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한 관리가 이 마을을 지나다가 집의 크기가 이 마을에서 제일 가는 부잣집일 듯한 강당장 집에 들어가 하룻밤 묵게 해달라고 하였다. 그러나 강 당장은 거절하였다. 하는 수 없이 강당장 집 바로 앞에 있는 가난한 경주김씨가 사는 오막살이로 들어가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방이 하나 밖에 없어 주인과 나그네가 같은 방에서 자야 할 정도로 가난한 김씨는 제사 밥이나 지어 올리려고 소중히 간직해 둔 쌀을 꺼내어서 저녁상을 마련해 올렸다.이에 감동한 관리는 그날 밤 부자로 잘 살지만 자신을 박접한 강 당장 집을 망하게 만들고, 가난하지만 인심 좋은 김씨 집을 부하게 만들어 줄 궁리를 하였다.
이튿날 관리는 김씨 주인에게 강 당장 집에 가서 자기 집에 유명한 관리가 와 있다고 전하도록 하엿고 이를 들은 강당장은 더욱 부자로 살고 싶은 욕심에서 그 관리를 자기집으로 초대하여 후하게 대접을 하였다. 톡톡히 대접을 받고 난 관리는 강 당장에게 황소 백수를 부리고 싶다는 강당장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하며 선묘자리를 자신이 정해준 자리로 옮기도록 하였다. 관리는 강당장의 선묘는 정말 좋은 명당자리에 자리 잡고 있음을 알았고 묏자리를 당시의 멸망지지(當時滅亡之地)로 옮기게 할 꾀를 낸 것이었다.
그리고는 가난한 김씨에게는 강 당장이 지금 곧 선묘 한 자리를 옮기게 될 것이니, 바로 그 자리에다가 집을 짓도록 하라고 일렀다. 강 당장은 더 큰 부자가 되고 싶어 선친의 묏자리를 파기 시작했다. 거의 시신까지 파 내려 갈 무렵. 갑자기 묘 속에서 청비둘기 한 쌍이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이묘가 거의 끝나고 산담(묘의 울타리)을 곱게 치장하기 위하여 큰 돌덩이를 옮기다가, 그만 그것이 떨어지는 바람에 강 당장은 직사하고 말았다. 가난했던 김씨는 관리의 말대로 이묘해 버린 묏자리에다가 집을 지은 김씨 집안은 그 곳으로 집자리를 옮긴 후 오늘날 12대 후손들까지 부자로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이 일화는 제주도 여인들이 맷덜이나 방아를 찧으면서 부르는 노래 가사를 통해 계속 전해져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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