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감동한 열녀 이야기, 절부암
제주의 서쪽방면으로 가다보면 신창리와 용수리를 잇는 신창풍차해안도로가 아름답게 펼쳐지는데, 이 해안가 주변은 볼 것도 많고 사연 또한 많은 곳이다.
아름다운 어촌마을 한경면 용수포구에 가면 고목나무가 울창하고 바위가 많은 엉덕동산에 '절부암'이라는 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에는 남편에 대한 그리움으로 목을 맨 한 여인의 슬픈 이야기가 숨어있다.
조선말기 용수리 마을에, 고향은 한경면 저지리로 조실부모하여 가난하게 살던 강씨총각과, 역시 저지리에서 태어나 조실부모하여 가난하였으나 절개가 곧고 성실했던 고씨 처녀가 결혼해서 살고 있었다. 이들은 저지리에서 결혼했으나 가난하여 생계를 꾸려가기가 힘들어 용수리로 다시 이사와서 살게 되었는데, 남편은 한경면 앞바다에 '차귀도'라는 섬에서 무성하게 자라는 대나무를 베어다 대바구니등을 만들어 내다 팔면서 생활을 꾸려 나갔고, 아내는 이런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 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대나무를 베러 테우를 타고 차귀도(죽도)에 갔던 남편이 풍랑을 만나 돌아오지 않게 되었고, 부인은 남편의 시체라도 찾으려고 매일 바닷가를 헤메고 다녔다고 한다. 석달여동안 밤낮을 찾았으나 남편의 시체조차 찾을 길이 없어 실의에 빠진 부인은 그 달 보름에 목욕재개하고 소복을 단정히 입은 후 용수리 포구 엉덕동산 바위의 팽나무에 목을 메어 자살하고 말았다.
그러자 그날 저녁 신기하게도 남편의 시체가 엉덕동산 절벽 밑 바다에 떠올랐는데, 마을 사람들이 이 광경을 보고는 '이상하다, 혼이 서로 통했다.'고 말하며 당산봉 양지바른 곳에 나란히 안장해주었다.
그 후 얼마뒤 이 지역에 새로운 관리가 부임하고나서 열녀 이야기를 듣고, 그녀의 혼을 위로하기 위하여 부인이 죽은 바위를 '절부암(節婦岩)'이라 명하고 열녀비를 세워 열녀제를 지내 추모하도록 하였는데. 지금까지도 절부암에서는 매년 3월 15일마다 열녀제를 지내고 이들의 산소를 소분하고 있다고 한다.
차귀도를 바라보며 고즈넉하게 앉아 있는 절부암은 사철나무, 후박나무, 동백나무, 돈나무 등 많은 난대식물이 군림을 형성하고 있으며 제주도 지방 기념물 제 9호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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